| Motion | 영상관련 모임 |
Read : 120, Vote : 0, Date : 2001-07-18 21:4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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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글은 제 동창생 모임에 가끔씩 올리는 영화감상문인데요.. 요즘 글도 없고.. 사실 우리얘기가 너무 기술적인데로만 흘러가는것도 같기도해서..잡문이지만 용기를 내서 올려봅니다.. 더운날이지만 개먹고 닭먹고 힘내서 훌륭한 사람이 됩시다. 건강하십쇼..
요즘처럼 헐리우드 영화에 한계가 느껴지는때도 없는것 같다. 수준이 정말 발바닥에 달려있는 나로서도 더이상 요즘 헐리우드 영화에 재미를 붙이기란 여간 힘든것이 아니다. 작년여름 븍록버스터들을 내 나름대로 결산하면서 2000년여름은 흉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작년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님을 요사이에 절실히 느끼게 된다. 특수효과에의 경도는 드라마의 실종이라는 우악스러운 부작용을 낳았고 부시정권하의 힘찬 미국은 더이상 사색하기를 포기하는듯 하다. 한국영화의 잇따른 성과도 이러한 상황에 맞물려 있지않을까? 이러한 갈증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똑똑한 영화가 바로 메멘또(memento)다. 현재 부천 국제 환타스틱 영화제에 상영되고 있고 가을께 일반상영될 이 영화는 올봄 평단에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저예산"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의 이 영화는 꽤나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인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할 당시 범인에게 입은 상처로 더이상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특이한 병을 얻게된 주인공 레너드는 몇십분만 있으면 전에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하지못한다. 그에게 남은것은 사랑하는 부인이 무참하게 살해되었다는 마지막 기억과 복수해야한다는 의지뿐이다. 그는 기억이라는 편리한 그러나 때로는 믿을 수 없는 장치를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문신으로 대체하여 끊임없이 사실을 기록하며 자신이 몇십분전에 만들어 놓은 퍼즐의 조각을 실마리삼아 한발짝씩 진실로 접근해간다.. 식스센스로 시작된 반전영화라는 정체불명의 장르는 영화관람의 지적 카타르시스를 관객뒤통수때리기 정도로 오해하고 입벌어지는 결말을 위해 관객 눈가리기에 급급해하는 반면, 이 영화는 나름대로 양파껍질벗기듯 사실을 한장씩한장씩 벗겨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 관객은 이야기에 동참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주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각 에피소드의 끝은 바로전 에피소드의 시작이고 그 사이사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독립된 시퀀스가 나누어 보여진다. 도대체 상황을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의 혼재는 영화가 종반으로 접어들 무렵 한 점으로 모이고 관객은 어느덧 이런식의 이야기 보기가 익숙해진 스스로에게 놀라게 된다. 그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각 에피소드를 보면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 다시만나는 전 장면은 십여분 전에 보았던 바로 그 장면과는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입견이라는것이 인간에게 주는 효과가 상당하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는데, 전 상황을 보지 못하고(주인공은 기억하지 못하고)만나는 그녀의 웃음과 나중에 이전 상황을 알고서 보는 그녀의 웃음은 같은 장면일지언정 관객의 가슴에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관객의 선입견은 그것이 형성되는 시점보다 더 과거를 뒤늦게 앎으로써 무너지고, 그런 불쾌한 감정을 두번정도 겪게되면 그제서야 비로서 아무것도 믿고싶지않다는 절망스러운 아노미에 빠지고 만다. 그럼 여기서 스스로에게 반문을 한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주위의 세상을 보잘것없는 기억에 의해 재구하고 있는가.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는가? 당신 모르게 벌어진 일은 차치하더라도 당신 앞에서 벌어졌던 사실을 사실로서 기억하고 있는가? 당신은 사실을 그간 알게 모르게 받은 교육과 도덕률에 근거하여 기억을 재단하고 선택한후 편리하게도 진실로 믿고 살고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 교묘한 기억과 망각의 사기술을 비웃고 있다. [LA confidential]이후에 오랜만에 만나는 가이 피어스의 호연, 조 판톨리아노(매트릭스의 사이퍼역)의 능청스런 연기.. 영리한 각본을 바탕으로 감독은 무모한 그림장난보다는 섬세한 디테일을 뽐내며, 오만한 여전사와 디지탈 폭격에 지친 우리관객들에게 영화의 마술은 역시 공룡을 만드는 타블렛의 펜끝에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각본을 쓰는 펜끝에서 나온다는 당연하지만 더이상 기억되지않는 진리를 일깨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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