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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Poem "2003년 가을, 비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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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tree
lunatic of mac
lunatic of mac


가입: 2004년 5월 13일
올린 글: 108
위치: 서울

올리기Posted: 월 1월 31, 2005 11:47 pm    주제: Picture Poem "2003년 가을, 비 오던 날"





때론... 인연의 끈이 어쩌다가 교차하는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 인연의 끈이 그냥 교차하고 말지, 어딘가에서 매듭으로 맺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살아가다가 어딘가에서 맺히며 산다, 우리는.




언제나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며 사랑한다, 라고 말했었다.  응답이 없어도, 혹은 대답이 있어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끊임 없이 사랑한다, 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하늘을 쳐다보면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날이 있다.




마음이 말라서, 마르고 또 말라서 부는 바람에도 부석부석 먼지가 일도록 말라서...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 있어야 할 때 정작 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언제나 안타까왔지.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지는 인연.  그게 또 안타까와 속으로 다시 울고 또 울었지.




아무도 없는 시골 기차역에 이르르면 맘이 편안해진다.  가을 저녁, 시골의 기차역은 섬이다.  사람들이 다다르기 위해 존재하는 섬이다.  거길 통해서 다시 어디를 가야하건만, 사람들은 마치 이곳에 머무르기라도 할 듯 이곳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나서는 서성인다.  
밤 하늘에 뜬 섬, 기차역이다.




역 앞 광장에 나서면 밤인데도 하늘이 밝다.  동네도 밝다.  그 앞길로는 차들이 무엇에 쫓기듯 달려들가고, 가게들마저 그 차에 탄 사람들을 잡아들여 무엇인가를 팔기 위해 분주한데, 역 앞 광장에 선 나만 홀로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역 앞 광장을 중심으로 세상은 저쪽과 이쪽으로 나뉜다.




이 섬과도 같은 기차역에서 사람들은 종착하지 않는다.  어디론가 다시 떠날 차비들을 부지런히 한다.  시계를 보고, 표를 보고, 무엇인가를 묻는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내가 시간의 주체가 된다.  내 의지에 따라 시간을 단축할 수도, 늦출 수도 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갈수도있다고들 그러기는 한다.  헌데, 실제 내가 차에 앉으면 그리 되지를 않는다.  내가 나에게 쫓긴다.  시간에 쫓기어 간다.  끊임 없이 속도를 내야 하고, 어떻게든 차 안에 있는 시간을 단축하려 애를 쓴다.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의 노예가 되어 끌려나간다.

길가에 어둔 구석, 한쪽에 고즈넉이 떠 있는 섬, 기차역에서는 모든 상황이 반전한다.  내가 서두른다고 해봐야 어차피 그 시간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누구나 도착하면 얼마간의 여유를 강제로 분배받는다.  한 20여분쯤...  시간이 한 없이 길다.  3분으로, 5분으로 쪼개어 살던 이에게 그 시간은 무한대처럼 길다.




그러면 갑자기 고무줄 풀린 듯한 여유와 평화로움이 찾아든다.  그래, 서둘러 봐야 네가 어쩔 수는 없잖아....에 생각이 미치면 맘이 편안해진다.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넉넉하게 보내게 된다.  내가 주체가 아닌 시간에도 이렇듯 편안할 수 있다....




시간의 축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관계의 축을 어찌해보고 싶어진다.  비어 있는 공중전화 부스.  머리 속을 뒤져봐도 전화를 걸 사람도, 그렇다고 그걸 받아줄 사람도 마땅치가 않다.  혼자구나... 라고 되뇌이면서 주머니 속의 동전을 슬그머니 놓는다.  시간도 나의 것이 아닌데, 알고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여기서 누구에게 전화를 건들, 무엇이 달라지랴.  그래봐야 혼자인 것을.




그날따라 기차는 연착했다.  예정보다 8분 늦게.  아무도 없는 기차역의 플랫폼을 혼자서 걸어 나간다.  밤하늘에 별이 없다.  나무로 만든 보도를 건너, 무릎 높이의 승강장에 올라선다.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는 섬과도 같은 기차역. 그 표지만이 쓸쓸하다.




기차가 올 방향을 가늠해본다.  저기서 오겠지.  사람이 오듯, 그리고 사람이 가듯.  인연의 매듭을 엮듯 사람들을, 나를 태우고 가리라.  거기에 내가 올라타지 않으면 어찌될 것인가, 라고 잠깐 생각하다.




'천둥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고 누가 그랬다. (아마도 서정주?)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와 바람을 휘날리며 기차가 들어온다.  대학교 1학년 시절, 맘이 쓸쓸하면 언제나 춘천가는 기차를 탔더랬다.  혼자서.  가서 남춘천 역광장에서 서성이다가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었다.  차창에 기대어 앉아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을 하염 없이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산다는 것이 참 아득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살아보니 과연 그랬다.  사는 것은 아득하다....




차에 올라 어디를 가면 뭐하나.  그래봐야 맘이 쉬어질 곳은 없는데.  맘이 정착하지 않는데.  그 섬에 남아 있어도, 어딘가를 향해도 사는 것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것도.




비가 쏟아졌다.  두세겹씩 껴입은 옷에 가방끈은 목덜미와 어깨를 파고든다.  비는 내리고, 우산이 없다.  내리는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절룩거리며 걷는다.  혼자서.  버스 정류장까지.  한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  거기서 무엇인가에 올라타면 또 어떤 섬으로 가나....  '귀환'이라는 단어가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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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um

사는 것은... 아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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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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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4년 1월 26일
올린 글: 2758
위치: 어디든,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

올리기Posted: 수 2월 02, 2005 7:04 am    주제:

정말 멋진 포토에세이입니다.
오랫만에 여유를 가지고 windytree님의 느낌이 있는 일련의 사진들로
좋은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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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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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Nomad
the Lord of mac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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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2년 11월 21일
올린 글: 1978
위치: a corner of the network

올리기Posted: 목 2월 03, 2005 1:00 am    주제:

Cool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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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9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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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3년 11월 1일
올린 글: 437

올리기Posted: 목 2월 03, 2005 1:23 am    주제:

와우~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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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a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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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2년 8월 23일
올린 글: 537
위치: 집

올리기Posted: 목 2월 03, 2005 2:12 am    주제:

초록의 잔디를 가로지르는 빨간 엑스를 보니 저는 잔디밭 출입 금지라는 말이 떠오르죠^^::
좋은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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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 자만, 오만...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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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maczoo do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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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2년 8월 14일
올린 글: 2172
위치: 홍대입구전철역 근방

올리기Posted: 목 2월 03, 2005 12:43 pm    주제: ..

재밌게 잘봤습니다..

좋은 사진들로 파인더가 점점 좋아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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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공은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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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3년 2월 20일
올린 글: 1436
위치: 신촌

올리기Posted: 목 2월 03, 2005 1:36 pm    주제:

짝짝짝.

파인더의 또 한분의 포토에세이작가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W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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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은 무질서가 아니다.
대칭은 질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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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man
the Lord of mac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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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003년 4월 23일
올린 글: 1864
위치: 서울 천호동

올리기Posted: 금 2월 04, 2005 10:36 am    주제: 그러고 보면

그러고 보면 우리의 하루 나들이에 에세이의 멋이 숨어있는 셈입니다.
예전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사진 작가 구보씨의 일일>과 같은 식으로 하루 여정을 단위로 잡아 스토리를 엮어보는 것도 재미나겠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_________________
나의 블로그
http://blog.kdong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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